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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민이 있어

말하면 안 되는 건 아니고, 자기소개서를 못 쓰겠다. 그게 고민이다.

길게 말하면 안물안궁 tmi 구구절절, 짧게 말하면 설득력도 진정성도 없어 보이는 진퇴양난의 상황. 

왜 그 하고 많은 것들 중에서 데이터과학을 골랐어요?

 

지난주 취업상담에서 자기소개서 쓰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더니 상담사님께 들은 질문이다. 왜 이 분야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부터 쓰라는 의도의 말씀. 

그렇지만 결국 이 자기소개서를 읽게 될 사람은 회사 면접관이고, 그분들이 관심있는 건 '원래 하던 일을 접고 데이터를 공부하기로 한 어느 지원자의 비장한 각오'가 아니라 '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 잘 일할 수 있을지'일 것이다. 

언뜻 듣기에는 저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을 원하는 것 같지만 진짜 들려주어야 하는 답은 그게 아니라는 거다.

 

'저는 엄격하신 어머니와 자상하신 아버지 밑에서 1녀 1남 중 장녀로 태어나서…'로 시작하는 90년대식 자기소개서까지는 아니어도, 설득력 있는 서사를 부여해야 한다는 게 너무 어색하다. 차라리 나를 주인공으로 판타지소설을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. 

 

그냥 자소서 없는 회사에 취업하면 안되나요? 

아니면 차라리 고용노동부에서 자소서 공통 문항이라도 정해줬으면 좋겠다. (대학입시 자소서처럼…)

 

과연 나는 어떤 자소서를 완성하게 될 것인가?